오전 5시 50분에 그린 게하로 가는 셔틀을 타야 했기에 적당히 시간을 계산해서 일어나 준비를 마쳤다. ( 나는 등산 장비가 다 있어서 내 것을 가져갔고, 없다면 게하에서 대여 가능하다. 숙소 예약할 때 옵션으로 있다. ) 등반 준비를 마치고, 체크 아웃도 함께 할 것이었으므로 맡길 짐까지 챙겨서 셔틀을 타러 나갔다. 셔틀 타는 곳은 숙소 바로 근처 30초 정도 걸린다. 셔틀을 타고 게하로 출발. 게하에 도착하여 짐을 보관함에 넣어두고 기다리면 전체 등반객을 대상으로 조식을( 김밥 1, 오메기떡 1, 500ml 물 1 - 나는 유료 2500원으로 김밥 1 추가 ) 나눠주시고 타야 할 셔틀버스, 돌아올 때 셔틀 사용 여부를 체크해주신다. 나는 성판악행 셔틀에 탑승했는데 만차였다. 깜깜한 도로를 40분쯤 달려서 성판악에 도착하니 7시 20분쯤. 김밥 반줄 먹고, 입구부터 눈이 쌓여 있어서 아이젠을 착용 후 예약 qr 체크하며 7시 30분 출발.
해가 뜨기 전이긴 했지만 일기 예보 흐림이라 ㅠㅠ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길 바라면서 초반엔 천천히 걸었다. 혼자 온데다 무리하면 큰일 날까 싶어 조심했다. 사람들이 많아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계속 걸었다. 걷다 보니 나무와 주변에 쌓인 눈이 날리는지 진눈깨비 같은 게 계속 날렸다. 약 한 시간 10분쯤 걸려서 속밭대피소에 도착.
사람들이 꽤 있어서 앉을 자리 찾기도 일. 더워서 미들 레이어만 입고 있다가 눈발 때문에 소프트쉘로 갈아입고 양갱 하나 먹고 바로 출발했다. 10분 정도 있었던 듯. 이때부터는 스틱을 사용했다. 아무래도 좀 더 수월하게 오를 수 있고 체력을 아끼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경사가 있는 코스들이 나타났기 때문에 아이젠만으로는 오르기 힘들다. 날씨는 여전히 흐리고 눈발이 날렸지만 주변 경치도 보면서 진달래밭 대피소를 향했다. 계속 비슷한 풍경이긴 했지만 ㅋㅋ 조금씩 높아지면서 풍경도 바뀌기 시작했다. 그만큼 힘들기 시작하기도 했고. 누가 성판악은 쉽다고 했나?? 설산이라 그런 건가.. 아무래도 눈 때문에 좀 더 힘들긴 한 것 같다.
풍경이 확실히 달라지면 진달래밭 대피소 근처에 다다른 것인가보다. 속밭을 출발한 지 약 50분 뒤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했다.
날씨는 이제 눈이 내리고 있었다. 대피소에는 앞서갔던 대부분의 사람이 모여있던 것처럼 꽤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었다. 내부는 앉을 곳이 없어 화장실 다녀온 뒤 바깥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여기서는 충분히 쉬고 올라가려고 생각해서 김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따뜻한 물도 마시며 충분히 쉬었다.
10시 10분쯤 정상을 향해 출발. 확실히 초입하고는 주변 풍경도 달랐다.
이때부터는 쉬면서 오르길 반복했다. 날씨가 좋으면 주변 전경도 멀리 볼 수 있는 지점이었는데 뵈는 것도 없고 힘은 들고… 경사는 심해지고… 겨울 한라산 등반의 첫 번째 고비는 대피소를 통과해서 백록담을 향할 때가 아닐까 싶다. 사진 찍을 여유도 없어지기 시작. 오르고 오르다 보면 하산하는 사람들까지 만나기 시작하고 ‘다 온건가’ 싶지만 정상은 보이지 않고, 이날 백록담 거의 다다라서는 시야가 전방 7~8 미터 정도라서 앞사람만 보고 오르는 구간도 있었다. 넘어지면 보이지도 않는 낭떠러지가 있는 것 같아 무섭기도. 포카리스웨트 없었으면 못 올라갔다 ㅋㅋㅋ ( 가시는 분들 두 개씩 챙기세요. 후회 안 함 ) 우여곡절 끝에 백록담에 도착했을 때 바로 보러 가지 않고 정상석 인증샷 줄에 섰다. 원래는 안 찍을 생각이었지만, 날씨상 백록담은 안 보일 것이고 주변 전경도 안 보이니 이거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인증샷 찍고, 등정 인증서 신청하고 재정비하고 하산할 준비를 했다. 저 날씨에도 라면 드시는 분들이 꽤 계셨는데 냄새가 너무 황홀했다 ㅋㅋ 어찌나 먹고 싶던지. 나는 삼각봉 대피소에서 먹으려고 아껴뒀다. 그리고 관음사 코스로 하산 시작. 11시 55분.
관음사 코스 쪽은 그래도 주변이 좀 보이는 느낌.


올라오는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꽤 빠른 속도로 하산. 눈길이라 속도가 꽤 붙더라. 조심하며 내려갔다. 라면 먹고 싶어서 빨리 내려간 건 아니다. 관음사 코스가 그런 건지 날씨가 좀 달라져서 그런 건지 내려가다 보니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부턴 경치도 구경하면서 삼각봉 대피소를 향했다. 정상 날씨는 어떨까 궁금해하면서.. 다시 올라갈 의지 따윈 없었다. 그렇게 내려가다 삼각봉 대피소 도착.


대피소 안에 자리를 잡고 남은 김밥을 먹으며 컵라면에 물을 부으려던 순간!! 아뿔싸 젓가락을 안 가지고 왔네?? 아침에 사장님이 필요 없냐고 물으실 때 받았어야 했는데 ㅠㅠ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남은 간식마저 먹고 다시 하산. 13시 15분
이때부터는 날씨가 잠깐 좋아졌다.


라면을 못 먹어서 일까 이제 하산도 힘들어지기 시작. 눈이 녹아 매우 미끄러웠고 관음사 코스는 경사도 심했다. 다리도 아파지기 시작했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 이렇게 두 번째 고비를 하산길에 마주하고 정신력으로 버티며 쉬엄쉬엄 내려갔다. 눈길 하산은 생각보다 어려웠는데 눈이 녹으면서 매우 미끄러웠기 때문이다. 미끄럼 타지 말라는 안내를 한라산 홈페이진가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데, 눈이 매끄럽게 다져지면서 뒷사람이 매우 위험해지는 것 같았다. 어떤 아저씨가 우비로 미끄럼 타고 내려가서 뒤에 있던 나를 포함한 다수가 위험했다는 건 안 비밀. 너무 힘들어서 탐라 계곡 화장실에서 한 10분 앉아 있었던 듯. 빨리 따뜻한 물에 씻고 싶은 마음으로 아픈 다리를 이끌고 걷고 또 걸어 드디어 등반을 완료하고 관음사 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6분. 약 7시간 30분의 등반을 완료했다.

나가자마자 있는 등반 인증서 무인 발급기 줄을 서서 발급하고, 쓰레기 및 나머지 정리하고 택시 타고 짐 찾으러 게하로 갔다. 하산 셔틀 신청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일찍 내려와서 ㅋㅋㅋ 날씨가 좋았다면 더 머무르다 내려왔을 지도.
비록 기대했던 만큼의 풍경을 볼 수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내 인생 첫 한라산 등반을 무사히 마쳤고, 또 하산길에 잠시나마 맑은 하늘을 보았다는 것에 감사한다. 인생에 한 번쯤은 겨울 한라산을 보러 가길 추천한다. 그래도 아마 겨울 한라산은 다시 안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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